본문 바로가기
숙취와 낭만의 기록 - Providence

삶의 시선이 머무른 순간들 250209

by 주류탐험가 - Moonshine walker 2025. 2. 9.

버스 운전사의 급격한
우회전은 승객들을 좌편향시킨다
- 황지우 시인

시를 써도 되겠는가

세상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미워하는
이곳에서
시를 써도 되겠는가

신마저 자신을 편애하는
이들에게만 문을 여는 이곳에서
양탄자 짜는 사람처럼 구부정하게 앉아
희망은 절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운율 고심하며
시를 써도 되겠는가

모국어의 나라에서 태어나
혀 끝에 투쟁의 단어 올려놓는 법부터 배우며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
서로의 색깔 물으며 금을 긋는 시대에
진실을 알고 있는 척하는 사람들이
내 침묵 오해할까 고뇌하며
나무 아래서 주운 새 키우듯
그리움의 언어로
시를 써도 되겠는가

삶이 내 손등에 손을 올려놓을 때
낯익은 것은 낯설음뿐인 이곳에서
아침마다 꿈이 눈꺼풀에서 떨어져
발 아래 부서지는 이곳에서
시여, 내가 투사가 아니어서 미안하다 말하며
오갈 데 없는 단어 하나씩 주머니에서 꺼내
그럼에도 삶이여
신성하다, 신성하다 반어법으로 말하며
시를 써도 되겠는가

- 류시화

술친구가 되어 줄 사람하나
찾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돼.
이 빛의 도시에는
함께 빛을 마실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거야.

- 아멜리노통브 / 샴페인친구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삶에 있어서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는 모른다.

지금은 맞는다고 생각해 가는 길도,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틀린 길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가는 길이 그러하다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틀린 것도 없는 그런 길

그러니 우리 오늘을 살자.
어제의 시간을 절대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참조가 되어
도움으로 다가 갈 수 있기를..

그런 사람이 있다
세상이 말리는 길을
굳이 떠나는 사람이 있다

눈이 폭포처럼 내리는 광야를
홀로 가는 사람이 있다

별 하나 없는 밤
폭설이 지운 길을
맨손으로 헤치며
어둠을 걷어내는 사람이 있다

그 길 끝
절벽 같은 밤을 딛고
아침을 깨우는 사람이 있다

- 김수원

당신은 부자인가 빈자인가..

부자에게는 더 좋은 술을..
빈자에게는 더 많은 술을..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we need to thing..

richman call more great sprits..
poorman call need more sprits..

what are you need to..

영화속 주인공들은
내가 가지 못하는 길을 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소리의 발원지로 눈길을 돌리고,
거기로 갔다.

누군가의 사연과 기척을 듣는다는 건,

그 존재의 눈길을 주고
그 곁으로 가는 일이며
존재론적 응답임을 배웠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막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누나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못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 광야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 김훈 /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가 길을 잃어버린 것은
길이 사라져 버려서가 아니다
너무 많은 길이 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둠이 깊어져서가 아니다
너무 현란한 빛에 눈 멀어서이다

우리가 희망이 없다는 것은
희망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
너무 헛된 희망을 놓지 못해서이다

이 지상에 나는 단 하나뿐이듯
진정한 나의 길은 단 하나뿐인 길
수많은 길을 갈팡질팡해도
결정적 한 걸음이 없다면
모두가 달려가는 그 길로 사라지리라

-박노해, 길 잃은 희망-

저렇게 많은 별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 저녁에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

의식 있고
술 있고
의식酒 해결!

주류라는 취미, 일상, 문화

주류탐험가의 천일야화
酒류와 비酒류에 이야기를 더하다.
Mainstream explorer